교육 현장에서 받는 질문은 대부분 "어떤 모델이 제일 낫냐"로 시작한다. 그런데 지난주 시스코가 공개한 숫자를 보면 질문의 자리가 바뀌어 있다. 시스코는 7월 말부터 약 9만 명 전 직원에게 개인 에이전트를 배포하는데, CFO가 든 사례는 챗봇 만족도가 아니라 MD&A였다. 공시 서류에 들어가는 경영진 논의·분석 항목, 그 초안의 80~90%를 AI가 쓰고 있다는 것이다.
MD&A는 사내 위키가 아니다. 증권 규제 대상 문서고, 틀리면 서명한 사람이 책임진다. 사내 도입 논의가 마케팅 문구 초안에서 감사 대상 문서로 넘어왔다는 뜻이고, 그 순간 필요한 역량은 모델 선택이 아니라 검토 절차다.
모델 공급은 이미 남는 쪽으로 기울었다
7월 16일 문샷AI가 공개한 Kimi K3는 2.8조 파라미터 MoE 구조로, LMArena 프런트엔드 코드 아레나에서 1679점으로 1위에 올랐다. 직전 버전 대비 18위에서 1위로 뛴 결과다. 다만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종합 지표에서는 Fable 5와 GPT-5.6 Sol에 뒤진다. 단일 축에서 앞서는 것과 전 영역에서 앞서는 것은 여전히 다르다.
중요한 건 순위가 아니라 가격표다. K3의 API는 입력 100만 토큰당 3달러, 출력 15달러이며 가중치는 7월 27일 공개 예정이다. 특정 작업에서 프런티어급 결과를 내는 선택지가 이 가격대에 여러 개 존재한다면, 도입 결정에서 모델 선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든다. 시스코가 온프레미스 기반으로 요청마다 다른 모델을 붙이는 구조를 직접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는 병목은 "누가 언제 검토하는가"다
7월 15일 앤스로픽과 블랙스톤은 엔지니어 100명 규모의 구축 전문 회사 Ode with Anthropic을 정식 출범시켰다. Ode의 기술 책임자는 모델 선택을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고르는 일"에 비유했다.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이 들어가는 지점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픈AI도 The Deployment Company로 같은 방향을 잡았다. 모델을 파는 회사들이 구축 인력을 파는 쪽으로 자원을 옮기고 있다.
초안의 90%를 기계가 쓰는 조직에서 실제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어떤 문서 등급까지 AI 초안을 허용할지, 검토자가 무엇을 확인해야 통과인지, 틀린 문장이 나갔을 때 어느 로그로 되짚을지. 시스코는 같은 달 약 4,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도구 배포와 인력 조정이 겹치면 현장의 검토는 형식화되기 쉽고, 그 위험은 모델 성능으로 상쇄되지 않는다.
조녁컴퍼니가 AX 전환 교육에서 프롬프트보다 검토 기준과 책임 구간을 먼저 다루는 이유가 이것이다. 초안을 기계에 넘길수록, 사람이 서명하는 순간의 절차가 조직의 실력이 된다.